퀘백여행기(1)
2017년 1월밖에 눈이 내리는 군대 안에서 다 같이 도깨비를 시청하고 있었다.
공유가 문을 열고 간 도시는 얼마나 아름다워 보였는지 아직도 기억한다.
그리고 다짐했다. 언젠간 더 도시에 가보겠노라고
2018년 11월 두근거렸다. 나는 캐나다 퀘벡주의 한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었다.
공유가 머물렀던 그 도시 올드 퀘벡이 적힌 승차권을 들고서
버스 출발 예정 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한 나는 캐나다에서 제일 유명한 커피 프랜차이즈인
팀 홀튼의 바닐라 라테 한잔과 도넛을 들고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평일 출근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정류장은 한산했다. 지하철과 버스의 환승구간이지만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에는 여러 가게들이 있었다. 머리를 감겨주는 곳이 없는 미용실, 한식을 파는 체인점, 주류만 파는 주류판매점
두 달 동안 여기서 머무는 동안 전부 방문한 곳들이었다.
버스표를 다시 보면서 군대에 있던 나를 회상했다. 그 시절의 나는 하늘에 내리는 눈이 그렇게 미웠는데 지금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아름다웠다. 그 시절의 내가 갑자기 그리워져서 잠시 미소를 지었었다.
버스가 와서 배낭을 챙기고 버스에 올라탔다. 퀘벡주는 불어가 1 언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버스에 탈 때마다
Merci라는 감사의 인사를 자주 한다. 나도 자연스럽게 merci인사를 버스 기사님에게 나눈 뒤에 버스 뒤쪽으로 가서 앉았다.
한국과는 달리 휴게소가 없기 때문에 버스 뒤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신기했다. 우리도 버스에 화장실이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도깨비 ost를 틀은 뒤에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가슴이 설렜다. 마치 좋아하는 아이를 만나러 가는 소년처럼
마치 내가 상상했던 일을 현실로 이루어낸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였다. 창 밖에는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고 버스는 부드러웠다.
중간에 화장실을 두 번 갔는데 생각보다 깔끔했다. 단점은 화장실에 두루마리가 버스의 움직임 때문인지 계속 풀려서 바닥에 쌓였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난 뒤에 올드 퀘벡에 도착했다. 올드 퀘벡에 처음 도착했을 때 시청 같은 건물이 보였다. 유럽 문화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건물들이 아름다웠고
그런 건물들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생생했는데 지금은 사진을 보지 않으면 기억이 안 난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를 향해서 걸어갔다. 날씨가 꽤 추웠는데 영하 15도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바닥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었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걸었다. 숙소 앞에 도착해서 벨을 눌렀다. 조니 뎁을 닮은 호스트가 나왔다. 호스트에게 인사를 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니
호스트와 그의 가족들이 있었다. 아기가 있었는데 아내와 친구가 아이와 놀아주고 있었다.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안에는 기타와 첼로가 피아노가 있었고 에어비앤비 프로필 사진에는 그가 공연을 하는 모습이 있었다. 젊었을 때 락 밴드의 보컬로
활동했을법한 사진이었다. 방 안은 아담했다. 벽에는 근처 맛있는 카페와 가게가 써져 있었고 침대는 뽀송함이 느껴졌다.
짐을 풀고 여행할 지역을 살펴보았다. 우선 김신이 나왔던 그 문은 절대로 가야 되었고 그가 머물렀던 호텔을 방문하고 싶어 졌다.
그리고 시타텔이라는 성곽이 있어서 가보기로 하였다. 물과 충전기를 배낭에 챙기고 길을 나섰다. 호스트는 저녁을 해 먹을 거냐고 물어봤지만
내 콘셉트는 shy 한 asian이었기 때문에 밖에서 먹는다 했다. 그는 푸틴을 추천했다. 푸틴이란 말을 들으면 왠지 강할 거 같고 러시아의
향이 물씬 날 것 같지만 캐나다의 전통 음식이란다. 감자튀김에 그라비아 소스 그리고 응고된 치즈를 같이 놓으면 완성이다.
엄청난 칼로리의 음식이지만 맛도 엄청나다. 근처에 있는 유명한 푸틴 음식점에 들어가서 주문을 했었다. 맥주 한 캔과 푸틴을 시키니
12불 정도 나왔다.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조금 슬펐던 점은 항상 음식 가격에 세금 15 퍼 팁 15 퍼가 추가된다는 것이다.
메뉴판에 적힌 메뉴에서 30 퍼가 더 추가된 가격이 지불 가격이다. 그래서 항상 잘을 봐서 요리를 해 먹었다.
치즈와 소시지가 가득한 푸틴을 먹고 맥주 한 잔을 마시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캐나다에서의 무릉도원이라 왠지 내가 옛날에 했던
메이플스토리가 생각나서 잠시 추억에 젖었다. 참 추억에 쉽게 젖는 스타일인 것 같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다음에 다시 길을 나섰다.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으려고 손을 꺼낼 때마다 손이 얼어버릴 것 같았지만 입김으로 녹이면서
걸어갔다. 캐나다의 신호등은 버튼을 눌러야 신호가 바뀌는 곳이 많았다. 처음엔 아무리 기다려도 신호가 안 바뀌껴서 여긴 여유롭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반대편에 선 사람이 버튼을 누르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올드 퀘벡은 매우 작은 도시지만 그래도 관광지이기 때문에 이곳저곳 기념품 샵이 있었다. 엄마에게 줄 스노볼과 그 당시 여자 친구에게 줄
퀴디치 골든 볼 열쇠고리를 산 다음에 가방에 넣었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기념품 샵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곳저곳에 귀여운 장식품들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조심히 내려놓았다.
캐나다에서 느낀 점 중 또 하나는 여기는 기념일을 생각보다 중요시하는 것 같다. 서울처럼 화려한 밤이 항사 있는 것이 아니고
가족들과의 삶이 중요해서 그런지 핼로윈 크리스마스에는 꼭 집안에 장식품을 가져다 놓고 꾸며놓는 것을 보았다.
가게를 나와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유럽 양식의 건물들이 보였다.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것들을 볼 때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빠지게 된다. 문득문득 어렸을 때 짝사랑이 생각나기도 하고
맑은 날 한강의 다리를 건널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갑자기 아련해졌다.
(2부에서 계속)